약대생 심화실습 제약회사 후기

10월 2일자로 심화실습이 끝났다. 6월 30일에 시작했는데 10월 2일에 끝났으니 지나고 보니 오래한 것은 맞는 것 같다. 끝난지 얼마 안 됐는데도 한참 된 것 같다.

실습하면서 느낀 건 역시 경험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래 실습 전에 회사를 가장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끝난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회사 취준을 해보다가 취업이 안되면 약국에서 쭉 근무하는 것으로 생각 중이다. 그리고 대학원도 같이 다니면서 자기계발하구 ㅎㅎ 물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RA부서에서 실습했는데 여기서만 15주를 하니 다른 부서는 알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동기들의 다른 부서 실습 후기를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무리 ChatGPT를 찾아봐도, 책을 읽어도 일한 사람에게 직접 듣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취업 현실이 좋지 않아서, 그리고 학점이 안 좋아서 취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ㅎㅎ 생각보다 심화 실습을 어디서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꽤 들었다. 약국도, 병원도, 회사도 모두 심화실습 경험을 따진다고 했다. 실습을 회사에서 했어서 자소서에 쓸 말이 생겨서 다행이긴 하나 실습 경험이 의미가 있으려면 써야 하는 부서가 RA로 고정된 느낌이다.

실습 장소가 멀어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집에 오면 오후 8시 20분쯤 된 적이 많아서 좀 고통스러웠다. 송도에서 실습했는데 차를 타면 서울 어딜 가든 1시간인 느낌이지만 대중교통 타는 순간 두 시간 이상이다. 송도는 너무너무 구석에 있었다. 서울에서의 삶은 포기해야 하는 느낌 잠은 주말에만 충분히 잘 수 있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실습 기간 동안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팔자주름이 깊어진 것 같음ㅋㅋㅋㅋ저녁 먹고 유튜브를 보거나, 운동을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씻고 강제로 잠에 들어야 했다. 저녁이 존재하지 않는 느낌 약국 실습은 왕복 1시간 정도였는데 퇴근하고 상대적으로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직주근접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취비용을 고려한다면 월급이 100 깎여도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아예 모르는 다른 동네는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리고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는 학교 동기들과의 관계 같을 순 없다는 걸 느꼈다. 친목을 위한 장소는 아니지만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퇴사하면 안 볼 확률이 높은 사람들과 계속 지낸다고 생각하면 삭막한 게 맞는 것 같다. 친구들과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의 주제와 내용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스몰토크도 항상 비슷한 느낌이랄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서로 일을 잘 부탁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같이 실습한 팀원분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고 잘해 주셔서 퇴사하는 게 아쉽긴 했다.ㅠ 하지만 언제까지고 무급으로 회사를 다닐 수도 없고, 졸업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금융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걍 일만 하는 건 슬픈 일이었다. 물론 내 권한이 제한되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아무튼 다른 실습들은 동기들이 함께했는데 이 회사는 팀을 다 쪼개 놓아서 동기들을 볼 기회가 실습 기간 중 몇 번 없었다. 그래서 좀 슬펐다. 우리 팀 그리고 부서는 전체적으로 일하는 시간에는 아주 조용해서 점심 시간밖에 말할 시간이 없어서 나머지 시간에는 조용히 있다가 동기랑 계속 팀즈하고 그랬다. ㅎㅎ 그래도 동기랑 팀즈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동안 RA부서에서 한 일은 요약해서 말하면 Product information 정보가 제대로 기입되었는지 확인하기, 번역하기, leaflet, label 확인하기, 약 관련 논문 찾고 정리하기, FDA와 EMA 홈페이지에 있는 각종 가이드라인 (미팅, PI 등) 확인하기, 필요한 정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FDA, EMA 그리고 기사들을 보고 정리해서 동향보고하기, 임상 논문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 오타 검수 등이 있었다. 그리고 팀장님이 따로 주신 과제를 했다. 거의 모든 정보가 영어여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ChatGPT를 번역기로 썼다. 하지만 복사 붙여넣기 할 때마다 경고 문구가 떠서 중요한 정보는 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느꼈다.

회사를 첫 진로로 선택하는데 고민되는 것은 회사는 진급할수록 내 시간이 사라지고 야근을 더 많이하는 구조 같은데 그럼 나는 그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된다. 많은 시간을 바쳐서 일하는데 거기서 흥미나 보람을 느낄 수 없다면 얼마나 괴로울지 그렇게 일하다가 약국으로 가느니 처음부터 약국에서 일하는 게 맞는 선택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은 많지가 않으니까. 또 제약회사가 크게 케미컬과 바이오로 나뉘는 것 같은데 어디를 지원해야 좋을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현실은 괜찮은 회사들의 공고가 뜨는 대로 넣어야 될 것 같긴 하지만 공고 자체도 별로 없다고 했다. ㅋㅋㅋ연봉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근무 조건만 보면 외국계가 나한테 훨씬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그리고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 등

몇 년전에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회사에서, 직장에서 어른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친구들과 동기들 앞에서는 좀 덜 어른같이 행동해도 괜찮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제 날 완전히 성인으로 보고있다???ㅋㅋㅋㅋㅋ는 걸 느껴서 쉽지 않은 것 같다.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나이만 많이 먹은 것 같다.

모르겠다 내년에 어디든 취직해 있겠지 거기가 괜찮은 곳이길 남은 졸시 그리고 국시나 열심히 잘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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