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유명한 책인 것 같았고 제목이 너무 흥미로웠다. 신경학 전문의인 작가가 그동안 만났던 환자들의 병과 삶에 대해서 쓴 임상적 연구이자 소설적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444쪽으로 두껍다.)
작가의 말 중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 에서 알 수 있듯이 병과 사람을 같이 보려는 시선과 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뇌에 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긴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신비하게 느껴진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고 있든지 못하든지, 그 환자는 여느 사람들처럼 어느 정도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억이 온전치 못하게 된다는 것 또 어떤 부분이든 올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죽으면 ‘본다’는 그 관념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제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그런 환자들 중 얼굴만 인식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외에도 고유감각을 잃어버려서 자신의 몸을 쳐다봐야만 움직일 수 있는 여자, 그리고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매체에서만 접했던 투렛 증후군의 원인(감정과 본능을 관장하는 부분인 시상, 시상하부,변연계 그리고 편도에 장애와 도파민 과잉이 생기는 것이다.)도 알게 되었다.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해부학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힘들고 그 외의 부분에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신경장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신경학은 개인적으로 나중에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